IMF와 빤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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IMF와 빤스
그때는
동네 골목마다 먼지와 웃음이 뒤섞여
나는 신발도, 빤스도 없이 뛰어다녔다
햇빛이 살갗을 때리면
그게 여름인 줄만 알았다
어느 날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
그 집은 방이 두 개였다
냄새가 다르게 났다
그 애의 엄마가 날 내려다보더니
“얘는 왜 이래?” 하며 나를 잡아끌었다
엄마는 그때 쇠비린내 나는 지하 작업방에서
다른 아줌마들과 징을 박고 계셨다
땀에 젖은 손, 손톱 밑의 먼지
그 손이 나를 안고
빤스를 입혀 주셨다
그날,
엄마의 뺨이 처음으로 붉게 보였다
부끄러움이란 옷이 있다는 걸
그제야 알았다
그 옷은
지금도 내 마음 안에서
천천히 마르고 있다